지구 밖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단일 생명체는 산호이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폴립 하나가 생명 한 개이지만, 동시에 한반도 두 배 길이의 호주 대산호초가 하나의 생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연결은 땅속 균근망이다.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WWW)이라고도 부르며, 연구자들은 이 연결의 길이가 무려 은하수만큼 크다고 한다. 균류 중 포자를 만드는 ‘꽃’에 해당하는 부분이 우리가 아는 버섯이며, 대부분의 균근망은 땅속에 존재하며 식물의 뿌리와 영양소를 주고받으며 공생관계를 이룬다.
은하수만 한 땅속의 연결, 달에서도 보이는 산호의 연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지구가 연결되어 있다.
2024년 여름의 폭염을 견딘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이대로 간다면 2040년이면 90%의 산호가 죽을 것이라는 해양과학자들의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산호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작년 호주의 대산호초에서 최대 규모의 대규모 산란이 일어났다. 산호가 난자와 정자를 거의 동시에 뿜어내어, 바닷속에 눈이 내리는 듯한 장관이 카메라에 포착이 되었다. 올해 봄에는 캄보디아에서 엄청난 규모의 산란 장면이 포착되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기에 어느 때보다 연결과 협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더위에 지치고, 인간관계에 지쳐서 문을 닫고, 연결의 촉수를 거두며 하나의 독립된 생명으로 살아가려 애쓴다. 그런데, 지구의 어떤 생명도 독립된 상태에서 살지 않는다. 인간도 산호처럼, 부분이자 전체로서 살며 감각의 촉수가 외부로, 타인으로, 서로에게 향한다.
<버섯과 산호의 연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워크숍 시리즈와 <보이지 않아도: 연결>이란 제목의 전시를 통해서 자연의 감각, 즉 연결의 감각을 회복하고자 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도 산호처럼, 그리고 땅속 균류처럼 연결망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몸의 감각으로 경험케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연결망 속에 존재할 때, 우리가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